AI는 내 얼굴의 어디를 보고 판단하는가
AI가 내 주름을 62점이라고 했다면, 그 점수는 무엇을 근거로 나온 걸까요? 인스킨뷰가 AI의 판단 근거를 확인하는 방법과, 점수를 눈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시도에 대한 기록입니다.

AI가 내 이마 주름을 62점이라고 했다고 해봅시다. 그 숫자를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의사가 같은 말을 했다면 우리는 물어볼 수 있습니다. "어디를 보고 그렇게 판단하셨어요?" 그러면 의사는 이마의 주름을 가리키며 설명하겠지요. 그런데 AI는 대개 숫자만 내놓고 이유를 말하지 않습니다. 의료 AI에서 '블랙박스'라는 말이 오래 따라다닌 이유입니다. 오늘은 인스킨뷰가 그 블랙박스를 어떻게 들여다보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AI가 정말 그곳을 보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AI가 엉뚱한 곳을 보고 그럴듯한 답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이마 주름을 평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앞머리나 조명의 그림자에 반응하고 있다면, 숫자는 그럴듯해도 그 판단은 믿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개발 과정에서 Grad-CAM 같은, 의료 AI에서 오래 써온 방법으로 모델이 이미지의 어느 부위를 근거로 판단했는지를 확인합니다. 모델이 주목한 영역을 열 지도처럼 얼굴 위에 겹쳐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이마 주름 점수라면 이마의 주름선 위에, 색소 점수라면 기미와 잡티 위에 빛이 모여야 합니다. 의사가 보는 곳을 AI도 보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나이에 따라 제대로 움직이는지 확인합니다
어디를 보는지가 맞더라도, 숫자가 의미 있게 움직이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점수가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앞선 글에서 연령별·성별 평균 곡선을 보여드렸습니다. 이 곡선은 기준을 만드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모델을 점검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주름 점수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면, 모델은 주름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재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주름이 50대 이후 가속하고, 여드름은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것처럼, 피부과 의사가 임상에서 알고 있는 노화의 모습과 점수의 흐름이 맞아떨어진다면 모델이 피부의 실제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는 근거가 됩니다.
Grad-CAM이 한 장의 사진 안에서 '어디'를 확인한다면, 연령 변화는 수많은 사람의 데이터 위에서 '무엇'을 재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셈입니다.
점수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남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숫자는 여전히 숫자라는 점입니다. 주름이 62점에서 67점이 되면, 실제로 얼굴은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요? 5점이라는 차이는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금 피부 상태 변화 시뮬레이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 사진을 바탕으로, 특정 항목의 점수가 몇 점 좋아졌을 때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는 기술입니다. 원칙은 분명합니다. 바꾸려는 항목만 바뀌어야 하고, 얼굴의 윤곽이나 생김새는 그대로여야 합니다. 이마 주름을 바꾸는데 피부 톤까지 밝아지거나 턱선이 달라진다면, 그건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보정 필터일 뿐입니다.
이 작업은 앞의 두 확인과도 맞물립니다. 이마 주름만 바꾼 이미지를 다시 모델에 넣었을 때, 이마 주름 점수만 움직이고 다른 점수는 그대로여야 하니까요. 모델이 정말 그 항목을 보고 있는지를 반대 방향에서 확인하는 셈입니다.
믿을 수 있는 숫자는 설명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어디를 보는지 보여줄 수 있고, 나이에 따라 납득할 수 있게 움직이며, 그 차이가 어떤 모습인지 그려볼 수 있을 때, 점수는 비로소 블랙박스에서 나온 숫자가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됩니다.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피부를 보자고 말해왔지만, 그 데이터 역시 근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