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분석은 왜 스마트폰이어야 했나

피부과에는 이미 얼굴 분석 장비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스마트폰이어야 했는지, 그리고 왜 지금이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피부 분석은 왜 스마트폰이어야 했나

앞선 두 글에서 저는 피부를 재는 '측정'이 흔들린다는 이야기와, 전문가의 '판단'조차 하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면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무엇으로 피부를 볼 것인가. 저는 스마트폰을 골랐고,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먼저 병원 장비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병원 장비는 이미 10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피부과에 가면 얼굴을 찍어 분석해주는 장비가 있습니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 년 전부터 쓰여 왔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두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결과가 병원 안에 남습니다. 촬영한 날의 사진과 수치는 병원 서버에 저장되고, 정작 본인은 그걸 꺼내 보며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그 값이 장비에 종속된 값입니다. 화면에 '색소 70'이라고 떠도,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다른 회사 장비의 70과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서로 호환되지 않는 측정값의 문제가 여기서도 반복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이미 충분히 좋아졌습니다

저는 피부과 의사다 보니, 예전부터 사람들이 병변 사진을 찍어 보내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화질이 좋아져서, 사진만으로도 상태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2020년에는 NIA 데이터 수집 사업을 주관하면서 DSLR과 스마트폰으로 피부 사진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그때 이미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질은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문제는 '전면' 카메라였습니다

그런데 얼굴 피부를 스스로 찍으려면 전면 카메라를 써야 합니다. 여기서 벽에 부딪혔습니다.

2020년 무렵 많은 스마트폰의 전면 카메라는 1,000만 화소 이하였습니다. 후면 카메라에 비해 해상도가 현저히 떨어졌지요. 게다가 전면 카메라는 얼굴이 왜곡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찍어야 하는데, 그러면 사진에서 얼굴이 차지하는 영역은 더 줄어듭니다. 결과적으로 해상도가 부족하고 노이즈가 많은 사진이 나왔고, 잔주름과 색소는 뭉개졌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전면 카메라는 셀카를 예쁘게 찍는 것이 목적이지, 정밀한 해상도가 우선순위가 아니었으니까요.

물론 후면 카메라를 쓰면 화질은 해결됩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누군가 대신 찍어줘야 하고, 그 순간 병원에서 찍는 것과 같은 문제로 돌아갑니다. 자주, 꾸준히 데이터를 쌓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정리하면 조건은 두 가지였습니다. 혼자서 쉽게 쌓을 수 있으려면 전면 카메라여야 하고, 동시에 해상도가 충분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이폰 17에서 전면 카메라가 1,800만 화소가 됐습니다. 이 정도면 되겠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 위에서 인스킨랩을 시작했습니다.

인스킨뷰가 셀카 한 장으로 피부를 여섯 축으로 나눠 보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병원 서버가 아니라 내 손안에 기록이 남고, 특정 장비의 눈금이 아니라 같은 기준 위에서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는 것. 기술이 준비되기를 기다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